민트 초콜릿. 흔히들 ‘민트 초코’(민초)라고 부르는 아이스크림이 있다.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뉘는 음식 중 하나가 아닐까.

I Forgot to Brush My Teeth!

최근에는 이 민초를 이용해 다양한 먹거리를 만들어 가끔은 사람들을 경악케 하기도 하는데, 어쨌든 그러한 시도는 한국에서 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볼 수 있다.

그런데 말입니다. 아무래도 이 민초를 일본에서는 반대로 말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즉, ‘민트 초코’가 아니라 ‘초코 민트’와 같이 ‘민트’와 ‘초코’의 위치가 한국과는 반대라는 것이다. 이처럼 같은 대상을 가리킴에도 불구하고 한국어와 일본어가 서로 다른 경우가 민초(초민) 이외에 몇 가지 더 있다. 먼저 민초부터 먹어보도록 살펴보도록 하자. 한가지 말해두고 싶은 것은, 반드시 한국에서는 ‘민트 초코’라고만 한다, 혹은 일본에서는 반드시 ‘초코 민트’라고만 말한다라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예외는 어디에나 존재하므로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어디까지나 ‘경향’을 살펴보는 것일 뿐이다.

チョコミント

위키백과에서 민초를 영어로 찾아보면 표제어는 ‘Mint chocolate’으로 등록되어 있으며 본문에 아래와 같이 괄호 안에 ‘or chocolate mint’라고 적어 놓았다.

Mint chocolate (or chocolate mint) is a popular variety of flavored chocolate, made by adding a mint flavoring, such as peppermint, spearmint, or crème de menthe, to chocolate. (「Wikipedia」, s.v. Mint chocolate, 2021년 8월 21일 참조)

한국에서 ‘초코 민트’라고 말하거나, 혹은 그걸 줄여서 ‘초민’이라고 하는 사람은 아마도 거의 없지 않을까? 한편 일본에서는 ‘チョコミント’라고 하는 게 일반적인 것 같다. 몇 가지 예를 살펴보자. 아래 사진은 한국의 여러 커뮤니티에서 떠돌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붕어싸만코 민초맛

여름 한정판으로 판매한 たい焼き 민트 초코맛이다. 사진을 보면 ‘ミントチョコ’가 아닌 ‘チョコミント’라고 적어 놓았다. 다른 예를 보자.

「Tokyo Weekender」에서 인용(2021년 8월 21일)

민초에 진심인 건 한국이나 일본이나 똑같은 것 같다. 과자들을 살펴보면 ‘チョコミント’밖에 안 보인다. 참고로 위 사진을 누르면 인용한 페이지로 이동하는데, 민트 초코를 이용한 다른 과자나 아이스크림 등의 사진들을 볼 수 있다. 거기서도 역시 민트 초코는 ‘チョコミント’다.

‘민초단’에 해당하는 일본어로는 ‘チョコミン党’가 있다(cf. 自民党). ‘チョコミント’에서 ‘ト’ 대신에 ‘党’(とう)를 사용한 일종의 언어유희이다. 이건 ‘ミン党チョコ’처럼 순서를 뒤집어 버리면 제대로 된 의미를 전달하기 어려워진다. 일본의 민초단에 관심이 있는 분은 ‘日本人は、なぜ「チョコミン党」になったのか’(일본인은 어째서 ‘민초단’이 되었는가)라는 기사를 참고하시라.

Right-hand Head Rule

언어학, 특히 통사론이라는 분야에 Right-hand Head Rule이라는 용어가 있다. 일본어로는 ‘右側主要部の法則’라고 하는데 한국에서는 정확히 뭐라고 번역하는지 모르겠다. 여기서는 일본어를 직역해서 ‘우측 주요부 법칙’이라고 하자. 이 법칙은 두 단어 이상으로 이루어진 합성어에서 주요부가 오른쪽에 위치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인’, ‘일본인’ 등과 같은 단어에서 ‘-인’(人), ‘생수’, ‘음료수’에서는 ‘수’(水)가 주요부가 된다. 그럼 한국인들은 ‘민트 초코’에서 ‘초코’를 주요부로 생각하고, 일본인들은 ‘チョコミント’니까 ‘민트’를 주요부로 보는 걸까?

이 현상에 관한 일본어 예로, ‘カレーコロッケ’와 ‘コロッケカレー’를 들 수 있다. 전자는 ‘고로케’가 오른쪽에 있으니까 고로케 안에 카레가 들어 있는 카레 고로케, 후자는 ‘카레’가 오른쪽에 있으니 카레 위에 토핑으로 올려진 고로케 카레를 말한다.

또 다른 예로 칠리새우가 있다. 칠리새우(Chili shrimp), 깐쇼새우 등으로 불리는 이 요리는 일본에서 ‘チリエビ’가 아닌 ‘エビチリ’라고 부르는 게 일반적이다. 왜 그럴까? 아래의 예를 보자.

あの、さっき入り口で、あの…なんか海老の、海老のチリソースみたいなのを見たんですが、あれなんですか?(『孤独のグルメ』(シーズン9、エピソード3))

エビチリ는 조리 방법에 따라 ‘エビのチリソース煮’, 혹은 ‘エビのチリソース炒め’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는데 단순히 위처럼 ‘エビのチリソース’라고 하는 경우도 많다. 아마도 이것의 단축형이 ‘エビチリ’일 것이다. 이처럼 ‘エビのチリソース’라는 복합적인 단어의 특정 부분을 가져와서 약어를 만드는 것을 언어학에서는 ‘단축’(clipping, 短縮)이라고 한다.